
부모님 장례를 대비해 매달 상조에 돈을 내고 있다면 “회사가 잘못되면 내가 낸 돈은 어떻게 되나”라는 걱정이 생길 수 있다. 현재도 상조회사가 소비자에게 미리 받은 선수금을 보호하는 제도는 있다. 다만 납입금 전액을 보장하는 제도는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기존 선수금 보전장치에 더해 상조회사가 소비자의 돈을 운용하는 과정의 위험까지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문제가 생긴 뒤 보상하는 것뿐 아니라, 선수금을 무리하게 운용해 계약 이행이나 해약환급금 지급 능력이 흔들리는 상황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낸 돈, 현재는 50% 보전장치
상조는 서비스를 받기 전에 장기간 돈부터 납부하는 대표적인 선불식 할부거래다. 현행 할부거래법은 상조회사가 등록할 때 소비자가 낸 선수금을 보호하기 위해 보험계약, 은행 지급보증, 예치계약, 공제계약 등 소비자피해보상 장치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법령상 보전금액은 선수금 합계액의 50% 범위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상조 가입자가 알아둘 첫 번째 사실은 ‘상조에 가입했으니 납입금 전액이 자동으로 보호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달라지는 건 ‘나머지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
공정위가 24일 행정예고한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은 선수금 운용 단계에 초점을 맞췄다.
상조회사가 향후 장례서비스 제공과 해약환급금 지급에 필요한 돈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선수금을 운용할 때 안정성·유동성·수익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도록 하고, 파생상품 등 고위험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거래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회사별 선수금 운용지침과 회계연도별 운용계획을 마련하는 방안도 담겼다.
선수금이 1000억원 이상인 대형 업체에는 ‘선수금운용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나 고위험자산 투자 등을 심의할 때 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도록 해 거액의 선수금을 운용하는 과정에 견제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지점은 분명하다. 보전비율을 50%에서 100%로 높여주는 정책은 아니지만, 상조회사가 보유한 선수금을 위험하게 운용해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가능성을 낮추는 예방장치가 추가되는 것이다.
상조 소비자 보호, 자금 운용과 ‘회사 내부 돈거래’ 함께 조인다
정부가 최근 상조업계의 자금 관리에 손을 대는 흐름은 이번 지침 개정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할부거래법 개정안에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하는 대여금 등 신용공여 규모를 제한하고,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통합정보제공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소비자가 맡긴 돈이 회사 밖의 위험한 투자로 흘러가는 문제뿐 아니라 지배주주·계열사 등과의 내부 거래로 과도하게 흘러가는 위험까지 관리하려는 방향이다.
다만 두 제도의 법적 단계는 구분해야 한다. 20일 국회를 통과한 것은 할부거래법 개정안이고, 24일 발표된 선수금 운용기준은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의 행정예고다. 아직 모든 내용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입자가 지금 챙길 실익은 ‘내 돈이 어디서 보호되는지 확인하는 것’
공정위는 이번 지침 개정안을 9월 14일까지 행정예고한다. 의견수렴과 후속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금 운용기준의 최종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가입자가 제도가 바뀔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상조 계약서에는 소비자피해보상 관련 사항과 선수금 보전비율 등 소비자의 판단과 피해구제에 필요한 정보가 포함돼야 한다. 자신이 가입한 업체가 정상 등록업체인지, 선수금 보전기관이 어디인지, 납입한 선수금이 제대로 보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제도개선은 상조 가입자의 돈을 전액 보장해주는 정책은 아니다. 대신 기존의 ‘50% 보전’에 머물지 않고 상조회사가 소비자의 돈을 보유하는 동안 어떻게 운용하는지까지 관리 범위를 넓힌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가입자에게는 상조회사의 광고나 상품 혜택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돈을 어느 기관이 보전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것이 상조 선택과 유지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