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의 인권을 보호할 조례를 만들고 지방정부를 감시하는 지방의회. 그렇다면 그 권한을 행사하는 의원과 의회 직원은 인권에 대해 얼마나 교육받고 있을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방의원과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의 인권교육을 개별 의회의 선택에만 맡기지 말고 법령과 교육계획, 주민 공개, 정당의 공천·평가까지 연결해 제도화하라고 권고했다.
32곳 중 4곳만 교육…지방의회 인권교육의 공백
국가인권위원회는 8월 10일 행정안전부 장관과 시·도 및 시·군·구의회 의장, 시·도지사, 주요 정당 대표에게 지방의회 인권역량 강화를 위한 인권교육 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18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권고의 배경에는 인권위가 2025년 실시한 「지방의회 인권교육 실태조사」가 있다.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32개 지방의회 가운데 2024~2025년 최근 2년간 인권교육을 실시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지방자치인재개발원 등 지방의회 교육·연수기관이 운영하는 교육과정에서도 인권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수치를 전국 지방의회 전체의 실태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실태조사 설문에 응한 32개 지방의회 중 4곳’이라는 결과다. 조사 표본의 결과와 전국 지방의회 전체 현황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커진 지방의회 권한…인권도 ‘직무역량’으로 보자는 것
지방의회는 주민 생활과 멀리 떨어진 기관이 아니다.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며 지방정부의 행정을 감시한다. 복지와 장애, 돌봄, 교육, 안전을 비롯해 주민의 권리와 일상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결정이 지방의회를 거친다.
인권위는 특히 2021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의 권한과 위상이 크게 확대된 점을 짚었다.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인권 보호와 증진을 실현할 책임이 있는 만큼 의원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의 인권의식을 높이는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지방의원과 소속 직원들도 인권교육이 개인의 인식 개선뿐 아니라 조례 제·개정 등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고, 인권의 관점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여기서 인권교육은 단순히 ‘서로 배려하자’는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조례와 정책이 특정 집단을 부당하게 배제하지 않는지, 공적 권한이 상대방에 대한 부당한 압박으로 변하지 않는지 살피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지방의원에게 인권역량은 개인적 교양을 넘어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직무역량이라는 의미다.
법령에 교육 의무 명확히…이수 실적·성과는 주민에게 공개
이번 권고가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교육을 확대하라’는 주문에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 등 관련 법령에 지방의원과 소속 공무원의 인권교육 이수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도록 권고했다.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의 지방의회 관련 교육훈련계획에도 의원과 소속 공무원을 위한 인권교육 과정을 포함하고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했다.
각 지방의회 의장에게는 교육훈련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에 인권교육을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의원과 소속 공무원의 인권교육 이수 실적과 성과를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교육을 했다는 사실만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민의 평가 영역으로 가져오겠다는 의미가 있다. 지방의원은 주민의 투표로 권한을 위임받는 선출직인 만큼 자신이 뽑은 의원이 주민의 권리를 다룰 기본 역량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주민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공천·의정평가에도 반영 권고…‘사후 교육’에서 ‘사전 검증’으로
이번 권고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정당의 역할이다.
인권위는 각 정당 대표에게 당헌·당규와 윤리규정 등에 인권교육 이수 의무를 명시하고, 지방의원 후보자 공천 과정과 소속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평가에 인권교육 이수 실적을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의원이 된 뒤 문제가 발생하면 교육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의 공적 권한을 맡을 사람을 선발하고 현직 의원의 활동을 평가하는 단계에서도 인권교육을 하나의 기준으로 고려하자는 것이다.
다만 ‘교육 이수’와 ‘인권역량’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몇 시간의 교육을 이수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의정활동에서 인권의 원칙이 작동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가 현실화된다면 교육시간을 채우는 방식보다 조례 심사, 행정사무감사, 의회 직원과의 관계, 차별·성희롱 예방 등 실제 의정활동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중심으로 교육의 내용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권위가 지방의회에 단순한 ‘이수 실적’뿐 아니라 ‘성과’까지 주민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만큼, 향후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직 ‘의무화 확정’ 아니다…이제 봐야 할 것은 후속 조치
분명히 구분해야 할 점도 있다. 이번 조치로 8월 10일부터 전국 지방의원과 지방의회 공무원에게 새로운 법정 인권교육 의무가 생긴 것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관계기관과 정당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단계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지방의원 인권교육 의무화 확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앞으로 행정안전부가 관련 법령 정비에 나서는지, 지방의회와 시·도가 교육계획을 어떻게 바꾸는지, 정당이 당헌·당규와 공천·의정활동 평가 기준에 이를 실제 반영하는지가 제도화 여부를 가르게 된다.
인권위는 유엔의 ‘인권교육 및 훈련선언’과 ‘제2차 세계인권교육프로그램 행동계획’이 지방의회를 인권교육의 이행 주체로 명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과 영국·미국·캐나다·일본 등에서도 지방의원과 소속 직원을 위한 다양한 인권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권고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교육 몇 시간을 더 받을 것인가에 머물지 않는다. 주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결정하며 행정을 감시하는 사람에게 그 권한을 인권의 원칙에 맞게 행사할 역량을 어디까지 요구할 것인가의 문제다.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지방의회라면 ‘밖을 향한 인권’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의회 안에서 권한을 어떻게 행사하고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지까지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이제 주민이 확인할 것은 선언이 아니라 후속 조치다. 법령이 실제로 바뀌는지, 지방의회가 교육과 성과를 공개하는지, 정당이 공천과 평가 기준을 움직이는지가 이번 권고의 실효성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이다.
공식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지방의회 의원 및 소속 공무원 인권교육 제도화 해야」, 2026년 8월 18일 발표(권고 8월 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