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행정사 김진오 산악회장이 8일 업역강화 특강에서 직접 개발한 영상제작 프로그램을 회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와 산업현장의 인력난이 외국인력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필요한 일손을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에 필요한 외국인재를 유치·육성해 국내 정착까지 연결하려는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취업과 체류 과정에서 기업과 외국인이 처리해야 할 행정절차도 다양해지고 있다.
행정사에게는 주목할 만한 변화다.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기업과 외국인이 마주하는 출입국·체류 관련 신청과 신고, 행정절차를 지원하는 분야가 새로운 전문시장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열린 행정사 산악회 하반기 업역강화 특강은 이 지점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강의를 맡은 서울남부행정사 김흔수 행정사는 특정활동(E-7) 체류자격을 중심으로 출입국·체류행정의 전문화 가능성을 짚었다. 두 번째 강의에서는 행정사 산악회 회장인 누리행정사 김진오 행정사가 직접 연구·제작해 온 영상제작 프로그램과 SNS 활용 노하우를 공개했다.
김흔수 행정사가 주목한 E-7…신청서보다 중요한 것은 ‘요건 판단’

<서울남부행정사 김흔수 행정사가 8일 업역강화 특강에서 E-7 비자를 중심으로 출입국·체류행정의 전문화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특정활동(E-7)은 국내 기업 등이 필요로 하는 전문·준전문·기능·숙련 분야 외국인이 일정한 요건을 갖춰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체류자격이다.
김흔수 행정사가 강의에서 주목한 것은 비자 종류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행정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 회사가 채용하려는 외국인이 취업 가능한 체류자격을 갖출 수 있는가”,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가”, “현재 체류자격을 변경해야 하는가” 같은 문제부터 확인해야 한다.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에 취업하려면 자신의 전공과 학력·경력, 취업하려는 직종 등이 해당 체류자격의 요건에 맞는지 살펴야 한다.
행정사는 이처럼 행정 관계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행정기관 제출서류를 작성하거나 법령상 허용되는 신청·신고를 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출입국 분야에서는 필요한 교육 등 법정 요건을 갖추고 대행기관으로 등록한 행정사가 법에서 정한 출입국민원의 신청·신고를 대행할 수 있다.
국민에게는 아직 낯선 행정사의 전문영역이다. 흔히 행정사를 ‘관공서에 제출할 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출입국·체류 역시 법령과 절차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한 행정 분야다.
김흔수 행사의 강의는 바로 이 부분을 행정사의 새로운 전문시장으로 바라봤다. 비자 신청 한 건에 머무르기보다 관련 제도와 산업현장을 이해하는 출입국·체류행정 전문가로 전문성을 갖추자는 취지다.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왜 지금 외국인력 시장인가
행정사들이 이 분야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정부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법무부는 지난 3월 3일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을 발표하고 저출생·고령화와 산업·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중장기 출입국·이민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제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한 ‘육성형 전문기술인력’ 제도 도입을 비롯해 우수 외국인재의 국내 정착을 위한 ‘톱티어 비자’ 대상 확대, 인구감소지역의 ‘지역활력 소상공인 특례제’, 우수 계절근로자의 장기 취업을 위한 ‘농·어업 숙련 비자’ 신설 등이 주요 과제다.
올해 숙련기능인력(E-7-4)의 연간 발급규모도 3만3천 명으로 정해졌으며, 제조업 구인난을 고려해 금형원을 일반기능인력(E-7-3) 직종으로 시범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행정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비자가 유망한가’를 고르는 데 있지 않다. 정부가 외국인력 정책을 산업과 지역, 인재 정착까지 연결하고 있다는 큰 흐름을 읽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고 대상과 요건이 세분화되면 이를 이용하려는 외국인과 기업에는 “나는 대상이 되는가”, “우리 회사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 행정사가 자신의 법정 업무 안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업역 확대일수록 경계는 분명하게…취업알선과는 다르다
다만 외국인 취업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행정사의 업무라는 의미는 아니다.
구인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해 고용계약이 성립하도록 알선하는 유료직업소개사업은 「직업안정법」에 따라 별도의 등록이 필요한 영역이다. 다른 법률에서 특정 자격사의 업무로 제한한 분야 역시 행정사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행정사의 업역 확장은 다른 전문직역의 업무를 가져오는 개념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현행 법률이 허용하는 업무 가운데 사회와 정책 변화에 따라 수요가 커지는 분야를 찾아 전문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구분은 국민에게도 중요하다. 취업할 회사를 찾아 연결해 주는 것과 취업·체류 과정에서 필요한 출입국 행정절차를 지원하는 것은 서로 다른 업무이기 때문이다.
김진오 회장, 전문업무를 ‘알리는 방법’까지 꺼내놓다
첫 번째 특강이 새로운 업무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 특강은 그렇게 만든 전문성을 어떻게 국민에게 알릴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행정사 산악회 회장인 누리행정사 김진오 행정사는 지난 1년 동안 직접 연구하고 제작해 온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을 회원들에게 공개했다.
전문적인 영상편집 기술이 없어도 행정사가 자신의 전문분야와 제도, 행정절차 등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알릴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김 회장은 프로그램 사용법과 함께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자신의 전문업무를 알리고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방법도 소개했다.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 프로그램 시연과 활용법을 놓고 회원들의 질문이 이어졌으며, 김 회장이 지난 1년간 축적한 프로그램과 노하우를 회원들에게 공개하자 참석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특강에서 김흔수 행정사가 ‘무엇을 전문업무로 만들 것인가’를 제시했다면 김진오 회장은 ‘그 전문업무를 어떻게 국민에게 알릴 것인가’에 답한 셈이다.
행정사가 먼저 알아야 하고, 국민도 알아야 한다
외국인력 정책의 변화는 행정사에게 시장을 자동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관련 법령과 체류제도를 공부하고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비로소 전문분야가 된다.
국민의 인식도 중요하다.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기업이나 국내에서 취업·체류하려는 외국인이 복잡한 출입국 행정절차를 마주했을 때, 법정 요건을 갖춘 행정사에게 관련 신청·신고와 행정절차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전문서비스도 실제 수요와 만날 수 있다.
법무부의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은 외국인 정책이 산업 인력과 지역, 인재 유치와 정착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흐름 속에서 행정사의 과제 역시 선명하다.
다른 직역의 경계를 넘는 것이 아니라,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변화하는 행정수요를 먼저 발견하고 ‘어떤 행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인가’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