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돌봄은 종사자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종사자의 권리가 보장될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 종사자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감정노동, 폭언과 성희롱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보건복지부가 돌봄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을 다시 한번 제시하며 '좋은 돌봄'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31일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등 돌봄 종사자와 현장 관계자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고 처우개선과 근무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새로운 제도를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시행 중인 제도와 향후 추진 과제를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기근속 지원 확대…오래 일할수록 더 안정적으로
정부는 올해부터 요양보호사의 장기근속장려금 제도를 개선했다. 기존에는 동일 기관에서 3년 이상 근무해야 장려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1년 이상 근속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1년 이상 3년 미만 근속자에게는 월 5만 원의 장려금이 새롭게 지급되며, 장기근속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됐다. 방문요양 분야는 3년 근속 시 월 11만 원, 5년 13만 원, 7년 이상은 15만 원이 지급된다. 입소시설 종사자는 이보다 높은 수준의 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됐다.
또한 경력이 풍부한 선임 요양보호사가 신입 종사자를 교육하고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선임요양보호사 제도도 확대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에 대해서도 고난도 서비스 가산급여 확대와 활동지원 단가 개선 등 처우개선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좋은 돌봄은 종사자의 희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번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장려금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종사자의 권익 보호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정책 철학이 보다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은 이용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과 욕설, 무리한 사적 심부름 요구를 받는 사례를 적지 않게 경험한다. 일부는 성희롱이나 폭행을 당해도 "이용자가 불편해하면 기관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참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역시 중증장애인을 혼자 이동시키거나 휠체어를 계단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이나 산업재해를 겪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이 동시에 요구되는 직업이지만 충분한 휴게시간과 대체인력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종사자가 지쳐 현장을 떠나면 가장 큰 피해는 돌봄을 받는 이용자에게 돌아간다. 새로운 종사자가 반복적으로 교체되면 신뢰관계 형성이 어려워지고 서비스의 연속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종사자의 권리가 곧 이용자의 권리
복지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좋은 돌봄은 좋은 일자리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강조돼 왔다. 돌봄 종사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이용자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인권의 관점에서도 이용자의 권리와 종사자의 권리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용자의 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처럼 종사자 역시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인격적으로 존중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처우개선뿐 아니라 폭언·폭력·성희롱 대응체계 구축, 감정노동 보호, 산업재해 예방, 적정 휴게시간 보장 등 노동환경 전반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이번 논의 역시 단순한 복지예산 확대를 넘어, 돌봄 종사자의 권익을 이용자의 권익과 연결해 바라보는 정책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고령사회가 본격화되는 지금, 좋은 돌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종사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문화가 아니라 종사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