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형 성격을 꺼내 들면 사람들은 혹시 혈액형 A형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냐고 묻는다. 여기서 말하는 A형은 혈액형이 아니라 성격과 건강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A형 행동 패턴'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미국의 심장병 전문의 프리드먼과 로젠만이 심장질환 환자들을 진료하던 중 발견한 행동 특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A'라는 이름도 공격적(Aggressive), 능동적(Active)이라는 단어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들이 A형 행동을 발견하게 된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어느 날 병원 의자를 수리하던 직원이 수리된 의자를 가져다주며 의자가 오래되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유독 앉는 부분의 앞쪽만 심하게 닳고 뜯겨 나간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 의자에 앉기에 이렇게 특정 부분만 닳느냐며 의아해했다. 그 의자는 바로 진료실에서 심장질환 환자들이 의사의 진단 결과를 듣기 위해 마주 앉아 있었던 의자였다.
이 작은 관찰은 두 의학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심장병 환자들에게는 공통된 행동 습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의문에서 시작된 연구는 결국 심장질환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독특한 행동 특성을 찾아내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를 A형 성격이라고 이름 붙였다.
A형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경쟁심이다. 이들은 경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단순한 게임이나 운동도 반드시 이겨야 직성이 풀리고, 운전 중에도 다른 차량이 자신을 추월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함께 차를 탄 사람들은 거친 운전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평소 생활 속에서도 이러한 특성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걸음은 빠르고 식사도 서두른다. 늘 시간을 의식하며 움직이고, 잠시 쉬거나 여유를 즐기는 일조차 불편하게 느낀다. 가족이나 연인과 산책을 하면서도 상대를 기다리기보다 앞서 걸으며 속도를 맞추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동시에 여러 업무를 맡고, 누구보다 많은 일을 계획한다. 주변 사람들은 '저 많은 일을 어떻게 감당할까' 걱정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떻게든 끝까지 마무리해 낸다.
문제는 이러한 성향이 본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인은 조직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한다고 생각하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긴장하고 압박을 받는다. 결국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일수록 주변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상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A형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은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는 사실이다. "감기에 걸릴 시간조차 없이 바쁘다."며 웃어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몸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연구에 따르면 평상시 혈압이나 맥박, 심박수는 A형과 그 반대 성향인 느긋하고 여유로운 B형 간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A형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의 혈압과 맥박, 심박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크게 상승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몸속에서는 이미 과도한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리적 부담은 특히 심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40~50대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나 돌연사가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흔히 말하는 과로사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A형 행동은 나쁜 것일까?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늘날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추진력과 성취욕은 오히려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 어려서부터 입시 경쟁을 경험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끝없는 성과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 A형 행동을 갖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정도'다.
적당한 경쟁심은 성장을 이끌지만, 극단적인 경쟁심은 건강을 위협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달리는 삶은 더 많은 성취를 가져다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가장 소중한 건강을 잃는다면 그 성공은 결코 완전한 성공이라 할 수 없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직이나 중간관리자로 성장하는 비율은 A형 행동을 가진 사람이 높은 반면,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오히려 여유롭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B형 행동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결국 높은 자리로 갈수록 속도보다 균형과 여유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우리는 흔히 성공을 위해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마라톤이다. 끝까지 건강하게 달릴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가장 멀리 간다.
가끔은 속도를 늦추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 여유가 우리의 심장을 지키고, 삶을 더욱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이어주는 힘이 될 것이다.










